하고 싶은거 다 하는 여행자
2주살이 세계일주 준비 중
인도네시아 여행기: 하라판을 가면서 나눈 이야기
세상에 흔적 남기기/인도네시아

누군가의 예술

하라판 섬을 가면서 드넓은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펼쳐진 광경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장관이었다. 960만 인구가 사는 자카르타를 벗어나면 벗어날 수록 나와 지평선 사이에 가로막는 다른 물체는 없었다. 얼마나 지나왔을지 모르겠다. 내 나이보다 배는 더 살았을까 싶은 나룻배가 하나 지나갔다. 나룻배와 하나가 된 듯한 뱃사공은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노를 젓고 있었다. 하나의 예술 사진을 보고 있는 것인지, 영화 속에 들어온 것인지, 상상 속의 그것이 실제로 발현이 된 것인지. 살아있는 예술의 한 장면은 그대로 멈춰있었지만, 내가 속한 오늘날의 배는 빠르게 움직여 나와 그것을 갈라놓았다. 사진으로 가둬두려던 나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았다.

윌리에게 나의 감동을 공유하고자 나룻배를 보았냐고 묻자, 다른 대답이 왔다.
“지금 타고 있는 이 배를 내가 예약 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저 나룻배를 타고 있을 거야.”

내겐 하나의 잊지 못할 예술인 순간과 그 풍경이 윌리에겐 그렇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유명인

몇 달전 온라인 게시글에서 ‘김연아 VS 페이커, 누가 더 유명할까’하는 논쟁이 벌어진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마 이날의 경험이 없었다면 터무니없는 글이라고 넘겼을지 모른다.

윌리네 가족은 게임을 좋아한다. 나는 게임을 즐겨하진 않지만, 우리나라가 워낙 게임 강국이다 보니 몇몇 유명한 프로게이머는 알고 있었다... 고 생각했다. 최근 TV에 자주 나왔던 홍진호와, 중학생 때 단짝 친구가 좋아했던 임요한이 내가 아는 프로게이머 전부였는데도 말이다. 
그런 내게 말을 잘 걸지 않던 윌리의 동생이 ‘페이커’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사람이란다. 그것도 한국인. 엄청나게 유명한 한국인 프로게이머랬다. 반짝이며 질문하던 윌리 동생의 눈이 그의 유명함을 방증하는 듯했다. 페이커는 처음 들어본다고 하며 대신 유명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던 임요한이나 홍진호를 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스타그래프트를 즐겨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아까 ‘김연아 VS 페이커, 누가 더 유명할까’ 게시글로 돌아가서 댓글을 되짚어보자면, 반응은 반반이었다. 이날의 대화가 없었더라면 이런 게시글을 보더라도 그냥 넘겨버렸을, 자신이 어디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르는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아가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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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스쿨 앱 체험
영어 바보, 바디랭귀지 천재

요즘은 영어 공부하기 쉬워졌다고들 많이 말한다. 언어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의사소통의 도구에 가깝다. 아주 어렸을 적, 일주일에 한 번 학습지로 영어공부를 했었다. 학습지의 첫 장에는 항상 카세트 테이프로 듣고 답을 적는 페이지로 시작했다. 나는 항상 앞부분을 건너뛰고 시작했다. 테이프는 항상 똑같은 음악으로 시작했는데, 그게 지겨워서 영 듣고 싶지 않았기도 했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을 찾아가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IT의 발달은 영어 공부를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왓챠 등으로 여러 발음의 영어를 듣는 것이 TV 채널 돌리는 것만큼 쉬워졌다. 외국인들과 채팅을 하고 통화를 하는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는 시간을 들일 필요 없이 키보드를 몇 번 두들기면 뜻과 예제, 발음까지 쉽게 알 수 있다. 영어 공부 방법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나는 꽤 많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영어 공부를 해봤다고 생각했다. 바로 전 글에도 있는 전화 영어, 화상 영어 수업도 듣고 있고, 넷플릭스는 중독된 적도 있다. 그러던 중에 디비스쿨이라는 앱을 체험할 기회가 생겼다. 디비스쿨을 무엇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나는 전에 이 앱과 비슷한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똑똑한 책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말하고 움직이는 책이라고 말하면 될까.


디비스쿨 블로그의 글을 인용하겠다.

디비스쿨 앱 하나면 다 해결된다는 사실, 이제는 두말하면 잔소리죠. 수많은 출판사들의 검증된 교재를 디비북화 해서 MP3 파일, TTS (test-to-speech), 해설, 번역, 유튜브 동영상 예제까지 한 번에!


디비스쿨에는 책을 여러 카테고리로 나누어놨는데, 그건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포스팅을 하기로 하고, 이 글에선 내가 체험한 영어 회화 카테고리의 (잉글리시 가이드 백선생의) 영어회화 리얼표현 258에 대해 적어보겠다.

(책을 사기 전, 3장 정도 미리 볼 수 있다. 본인에게 맞는 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3개의 장과 트레이닝으로 이루어져 있다.

  1. 모르면 입도 뻥긋 못하는 리얼 키워드
    : 영어 회화를 제대로 하고 시은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67개의 단어가 사용된 핵심 리얼표현
  2. 바꿔 쓰고 돌려 쓰는 리얼 패턴
    : 영어회화를 위한 필수 문장패턴 73개
  3. 통째로 외워 쓰는 리얼 익스프레션
    : 흔히 겪는 100개의 상황에서 원어민이 정말 많이 쓰는 리얼표현을 4개씩 정리
  4. 리얼표현 트레이닝
    :섀도 트레이닝, 에코잉 트레이닝, 동시통역 트레이닝

한 장에 하나의 표현이 소개되고, 설명과 예문이 나오는 형태였다. 책은 초보를 겨냥한 책이었고, 재미있게 설명을 풀어나갔다. 내용은 종이책과도 같을 거로 생각한다.

앱으로 공부할 때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버튼 하나로 발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발음은 로봇이 읽는 게 아니라 사람이 녹음한 자연스러운 발음이다. 마지막 트레이닝 파트에서 따라 하며 발음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문은 영어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해석하기 버튼을 누르면 그제야 한국어 해석이 보인다. 모르는 문장이 있다면 먼저 생각해보고 누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예문에서 쓰인 단어나 표현 중에 몇 가지는 유투브 영상으로 예제를 볼 수 있다. 단순한 예문을 몇 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개의 다양한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볼 수 있다. 영어를 '언어'로서 익히기에 정말 좋은 방법이다.

부가적으로 북마크 기능이나 사전 기능도 있다. 다만 북마크 기능은 어떻게 이용하는지 처음에 조금 헤매야 했고, 사전도 내가 원하는 단어가 아닌, 제시한 단어 중에서만 골라서 검색할 수 있었다. 다른 기기에서는 모르겠지만 아이패드에서는 내장되어있는 검색 기능으로 다른 단어까지 쉽게 검색할 수 있긴 했다.

다음은 단점이다. 
UI가 깨진다. 글씨를 가리거나 순서가 바뀌는 등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보기 좋은 것도 아니다.

이전 페이지로 가는 버튼이 없다. 페이지의 하단에는 다음 페이지로 가는 버튼은 있으나 이전 페이지로 가려면 목차에서 클릭해서 가야 한다. 나는 공부하는 중에 이전 페이지를 가고 싶었으나, 버튼이 없어서 불편했던 경험을 꽤 했다.

테스트를 푸는 부분도 있는데, 이 부분도 사용자 지향적인 UI가 아니다. 여러 개의 버튼을 차례로 클릭하며 문장을 완성해야 하는데, 클릭하면 버튼이 사라지면서 다음 버튼들이 하나씩 앞당겨진다. 버튼 클릭 인식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닌데 위치까지 조정되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느리다. 처음에는 카페에서 공공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느린가 싶었지만, 집에서 해도 느리다. 한두 번이야 괜찮을지 몰라도 한 페이지가 짧아서 다음 페이지로 쭉쭉 나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답답하다. 페이지의 상단에 단어 설명이 이미지는 또다시 1~2초를 기다려야 뜬다.

사전이나 유튜브 보기는 말할 것도 없다. 페이지 넘기는 것보다 더 느리다. 너무 느려서 안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캐시가 남은 페이지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빠르다고 할 순 없었다.


기획 의도 자체는 좋았지만, 앱이 기술적으로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비교적 쉽게 바뀔 수 있는 UI는 금방 개선될 거라 믿는다. 속도도 어느 정도 선까진 따라와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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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하라판 섬에서 환상의 스노쿨링
세상에 흔적 남기기/인도네시아

나는 물을 싫어한다.

물에 젖는 느낌이 싫고(희한하게 비에 흠뻑 젖는 건 좋음), 수영을 못해서 싫다. 물속에서 숨을 못 쉬는 것도 싫고, 허우적거리다 물먹는 게 싫다. 바다는 더 싫다. 물고기 눈을 못 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사람들

윌리네 가족은 다르다. 윌리와 두 동생은 물을 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물에서 놀며 자랐다. 그런 윌리가 내가 인도네시아에 가기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오면 스노쿨링을 제안했다. 나는 수없이 거절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물고기 눈을 볼 자신이 없었다.


타협

내가 윌리에게 제안하는 건 많았다. 그러나 윌리가 내게 제안하는 건 스노쿨링 뿐이었다. 그게 뭔가 민망하기도 하고, 여행 가면 용감해진다고 하지 않는가. 마음속 어디 저 멀리 깊은 곳에서 스노쿨링에 대한 용기가 꿈틀거려 어느 날 스노클링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스노쿨링 하러

윌리는 자카르타에서 배를 타고 북쪽으로 가면 나오는 섬, Pulau Harapan(이하 하라판 섬)에서 또 다시 우리만 타고 가는 개인 배를 대여해놨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 윌리, 윌리의 두 동생은 과자를 사들고 배를 타러 갔다. 인도네시아에는 Alfa라는 편의점이 많았는데, 처음 가서 둘러볼 기회도 됐다.

자카르타의 가장 북쪽으로 올라가니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착장 같이 생기지도 않았고, 어떠한 안내판도 하나 없어서 언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이용하기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지쳐갈때 쯤 하라판 섬으로 가는 배가 들어왔다.


내 생에 첫 스노쿨링

하라판 섬에 도착해서는 우리가 대여한 배로 갈아탔다. 우리 네 명과, 운전하시는 분, 조수로 보이시는 분해서 6명이 타기엔 매우 큰 배여서 놀랐다. 10분여쯤 달렸을까. 조수 분이 주시는 스노쿨링 장비를 받아들고, 오리발을 착용했다. 오리발이 내 발에 비해 크고 무거웠다. 벗겨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 바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스노쿨링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대답한다면 배에 타고 내리는 것. 물고기를 보는 것은 재미있었다. 신기했다. 수조관 속의 물고기나, 생선 요리도 못보는 나다. 사실, 물고기 그림도 못 보고, 붕어빵도 못 쳐다본다. 그런데 그 광활한 바닷속에 무리 지어 다니는 수많은 물고기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배 위에서 빵을 뿌려주시면 물고기들이 몇 백 마리는 몰려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스노쿨링 할 때 물고기를 많이 못 보는 곳도 있다고 한다. 나는 원 없이 많이 봤다. 바다 한가운데 깊은 곳이었지만 아래로 해초가 다 보였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두운 초록색 바다를 돌아다니며 스노쿨링을 즐겼다.


그리운 스노쿨링

두 시간을 넘게 스노쿨링을 했다. 20분 정도 한 거 같았는데, 가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스노쿨링을 아쉬워할 줄이야. 내 생에 마지막 스노쿨링이 될 거라고 확신했었는데, 지금은 국내 스노쿨링 스팟을 찾고, 스노쿨링 장비 구입할 생각을 하고있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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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자
열심히 살고, 신나게 놀고/글쓰기
나는 여행자다. 누군가는 집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이라고 했다. 항상 가는 동네의 산책길을 가더라도 여행이라고 마음먹으면 여행이다. 여행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건, 누구든지 여행자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여행자가 있고, 그 수만큼 다양한 형태의 여행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여행이 옳다. 나도 그렇다. 나는 여행자다. 그러나 어떤 여행자일까.


나는 나의 여행을 돌아보기로 했다. 비싼 여권 가격에 덜덜 떨며 여행을 미룰까도 생각했던, 가장 처음의 그때를 떠올렸다.

호기롭게 떠난 그곳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첫날, 핸드폰을 도둑맞았다. 경찰서에 다녀오고, 서류도 작성했지만 소용없었다. 지도도 못 보는 길치인 내가 어떻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인지, 전화번호만 딸랑 아는 카우치 서핑 호스트와는 어떻게 연락을 할 것인지, 의사소통도 안 되는 그곳에서 번역기 없이 다닐 수 있을지. 그렇게 난 세상과 두절되었다.

그때부터 여행 수첩 하나만 달랑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길을 모르면 물어보고, 카우치 서핑 호스트와 연락할 일이 생기면 아무나 붙잡고 연락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런데 그것들이 여행을 재밌게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낯선 행인이 내 친구가 되기 시작했다.

카우치 서핑 호스트를 만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점점 핸드폰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물어보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을 궁금해하며 물어보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의 여행은 질문하는 여행이 됐다.


언젠가 여행을 하며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한 이점을 꼽아본 적이 있다.
먼저 친구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친구가 생긴다. 한 낯선 친구와는 북한과 한국의 이야기를 설명해주기도 했으며,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는 다른 친구에겐 취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새로운 친구는 기회가 되었다. 내 나라를 알릴 기회, 다른 나라에서 일하며 나를 넓혀나갈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한번은 파티에 초대받기도 했다. 그때 몸이 좋지 않아 파티에 가지 못했던 것이 아직까지도 아쉬울 뿐이다.
이미 친구가 되었어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난 질문할 거리가 천지고 친구는 대답할 거리가 천지다. 그러다가 친구도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한국은 어떤데?’, ‘한국은 안 그렇다는거야?’로 시작해서 우리는 그렇게 오랜 시간 생각을 공유하며 깊은 관계가 된다. 대화거리가 끊기지 않는다.

같은 여행이라도 질문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넓은 시야로 이끈다. 이는 질문하는 여행의 두 번째 장점이다. IT 강국답게 우리나라는 다양하고 많은 채팅 앱들이 사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어느 한 시골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시골 산골짜기는 아니지만, 개미가 둥둥 떠다니는 밥을 먹기도 하고, 이 층이 넘어가는 건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한 임산부를 만났고, 남편과 어떻게 만났는지 질문했다. 채팅 앱을 통해 만난 부부였다. 나는 그제야 인도네시아의 핸드폰 문화를 자세히 보게 되었다.
SNS 앱인 인스타그램을 하느라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했고, 사진이 고작 10개도 채 안 되는 나의 계정을 보며 놀라기도 했으며, 관광지에는 인스타그램 사진 찍는 팻말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어느 사거리에는 운전 중에 SNS 앱을 사용하지 말라는 간판과 함께 피 묻은 사람 마네킹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마지막은 질문은 질문을 낳는다는 것. 좋은 질문이란 또 다른 질문을 만드는 질문이라는 말이 있다. 동감하는 바다. 싱가포르에 놀러 갔을 때 그 친구네는 가정부가 있었다. 싱가포르에는 최저시급이 없어서 가정부를 고용하는 집이 많다고 했다. 그 한마디로 시작해 질문은 새로운 질문을 낳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그날 싱가포르의 가정부 고용 형태, 그로 인해 파생된 법, 그 법에 대한 고용주들의 전반적인 의견, 그 때문에 등장한 사회 문제와 사건, 싱가포르 주변 국가들을 대하는 싱가포르 정부의 자세까지 알게 되었다. 


    며칠을 함께 지낸 친구들의 많은 경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런 질문 처음 받아봐”, “나도 잘 모르겠어. 나도 궁금하네. 찾아볼게”.
    모든 질문에 답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열 번 중에 세 번은 모른다는 답변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나에게는 답이다.

    나는 질문을 통해 그들의 세상을 알아간다. 그래서 나의 여행의 형태는 ‘질문’이다. 나는 묻고 싶다. 여러분의 여행의 형태는 어떠한가. 당신은 어떤 여행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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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의 최고의 순간
    세상에 흔적 남기기/인도네시아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하시나요?'

    요즘은 어린 사람들에겐 '오토바이 타본 적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봐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희미한 기억의 한쪽에 아빠, 엄마, 나, 동생 이렇게 네 식구가 하나의 오토바이 타고 도로를 달렸던 기억이 있다. 일어서도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나는 맨 앞에 서서, 그 뒤엔 아빠, 그리고 동생을 안은 엄마가 앉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기억은 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옮겨졌다. 그 후로도 몇 년이 지나 태어난 막냇동생에게 물었다. 오토바이 타본 적이 있냐고. 아직 교복을 입는 어린 동생은 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토바이의 천국

    동남아시아는 오토바이의 천국인 나라가 참 많다. 당장 내가 가본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만 해도 그렇다. 맨 처음 디딘 해외의 낯선 땅 말레이시아에서, 오토바이 전용 도로를 보고, 오토바이 사고도 보고, 오토바이 택시도 보는 등 오토바이 하나로도 많은 문화적 차이를 보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말레시아아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전 세계 오토바이를 다 가져다둔 것 같았다. 특히 자카르타와 발리. 

    Dalia research를 포함한 많은 조사 기관에서는 베트남을 세계 1위의 오토바이 국가로 꼽는다. 도시별로 나와 있는 통계를 못 찾아서 아쉽다. 베트남 호치민을 다녀왔지만, 체감상 자카르타나 발리의 오토바이 양이 두 배는 많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윌리의 제안

    자카르타 윌리네 집에서 타만 사파리까지 두 시간 반, 다시 타만 사파리에서 윌리네 집까지 세 시간이 걸렸다. 조수석에 있던 내가 지칠 정도였으니 윌리는 어땠을까 싶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윌리는 조심스레 나에게 물었다. "저녁 먹으러 갈 때 자동차 말고.. 오토바이 타고 나갈래?"




    '라이더 오토바이'

    내가 거절할 것 같았는지 이래저래 부가적인 표현을 덧붙이기 시작한다. 차는 점점 더 막힐 거라며. 밥 못 먹는다며. 천천히 운전하겠다며. 만약 윌리가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구구절절 설명해가며 자동차를 타지 말자고 했을 거다. 그렇게 오토바이를 타기로 했다. 

    윌리의 오토바이는 그간 내가 탔던 오토바이와 달랐다. 오토바이 좌석이 핸들 높이까지 올라와 있는 '라이더'의 오토바이였다.




    최고의 순간

    식당에 갈 때 80km/h 정도의 속도로 갔다. 아니 그렇게 느꼈다. 윌리에게 물어보니 40km/h로 달렸다고 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진짜라고 했다. 그 정도로 처음엔 빠른 속도에 거부감이 있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밥심이 용기로 전환이 되었는지 윌리에게 빠르게 달려도 된다고 했다. 이번엔 정말 80km/h가 넘는 속도로 달렸다. 그리고 그때 하늘에서 구멍이 난 듯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난 어릴 때부터 비 오는 걸 참 좋아했는데, TV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금세 기분이 지구 끝까지 올라가곤 했다. 그런 나에게 폭우가 쏟아지는 하늘 아래서 시속 80km/h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경험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인도네시아 오길 잘했다는 의미가 되었다. 신나는 노래도 비 따라 하늘에서 내려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봤짜 구멍 뚫린 하늘의 소리에 감춰져 들리지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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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에서의 첫 가정식, 살면서 처음 먹어보는 맛!
    세상에 흔적 남기기/인도네시아

    옥수수를 좋아하시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번 포스팅을 시작하고 싶다.

    난 옥수수를 찾아서 먹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식당에서 옥수수 콘 샐러드가 나오면 동생과 서로 더 먹겠다고 야단이다. 할머니가 키우신 옥수수를 쪄먹기도 하고, 팝콘도 즐겨 먹는다. 어릴 때 가끔 급식에 나오곤 했던, 옥수수 수프도 좋아했다. 내가 먹었던 옥수수 요리는 이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이 이상의 옥수수 요리는 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타만 사파리로 출발하는 날 아침, 윌리의 어머니께서 식사를 준비해주셨다. 생선과 돼지고기, 동남아 특유의 기다란 모양의 쌀로 지어진 밥, 음식에 풍미를 더해줄 여러 소스도 있었지만, 나의 눈은 냄비 속의 요리에 고정되어 벗어날 생각을 못 했다. 시래깃국 같이 생긴 것이, 된장국 같이 생기기도 한 것이 한국의 음식을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옥수수가 들어가 있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어떻게 상상하실지 모르겠으나, 설명을 덧붙이자면 낱알이 둥둥 떠다니는 게 아닌 투박하게 반으로 썰린 옥수수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개인 접시와 그릇에 각자 먹을 만큼의 양을 퍼서 먹는 인도네시아 문화에 따라 반찬과 국을 조금 옮겨 담았다. 두려웠지만 호기심도 그만큼이어서 그 수상한 국을 가장 먼저 입에 대었다. 헐. 헐. 헐..!!!! 엄청나게 달고 맛있어!! 전에 전혀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었다!!! 나의 경우엔 국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맵고, 짠맛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단맛의 국은 떠올리려 해도 떠올리기 어렵다. 상상도 못 해본 달달한 국은 비주얼이 준 딱 그 크기의 미각적 충격도 주었다.


    요리의 이름은 Sayur asem. 구글에 검색해보니 사유 어샘이라고 읽는 것 같다. 상상해보시라. 시래깃국 색이지만 달콤한 맛의 국물과 그 국에서 건진 옥수수를 뜯으며 밥에 비벼 먹는 맛을.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어려운 상상이 남아있다.




    이미지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ayur_Asem_Ampera.jpg



    나는 Sayur asem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전부는 아니었다. Sayur asem에는 정체 모를 낯선 무언가가 옥수수 옆에서 큼직하게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피했다. 정확한 종류는 모르겠지만 어떤 동물의 장기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투박한 덩어리를 중심으로 겉은 갈기갈기 찢진 모양이었다. 그 ‘무엇’은 옥수수만큼 큰 크기에 많이도 들어있었다. 먹지는 못하더라도 무엇인지는 알고 싶어서 어떤 동물이냐고 물어보았다.


    ‘무엇’의 정체는 잭프룻이라고 했다.

    ....??? 잭프룻..?

    잭프룻..? 잭.. 프룻츠..? 과일..?! 내가 아는 그 과일..!?!?!

    어떤 것에 더 크게 놀랐는지 모르겠다. 그 못생긴 것이 잭프룻이라는 사실과, 과일을 국에 넣어먹는다는 사실 중에. 2n년을 수없이 먹어왔지만 단언컨대 내가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못생겼음이 틀림없는 것을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신기했다. 엄청 맛있었다. 익숙해지지도 않는 맛이어서 먹을 때마다 신기했다. 역시나 달기도 했다. 국이 단 이유도 잭프룻 때문이란다. 달지만 깔끔한 맛에 밥과 다른 반찬과도 잘 어울린다. 실제로 위키백과에 생선이나 튀김 요리와 잘 어울린다고 쓰여 있기도 하다. 그 후에 약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에 머무르면서 Sayur asem을 다시 먹을 기회는 오지 않았다. 다른 친구네 가정집에서 않았고, 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닌 듯했다.


    혹여나 인도네시아 식당에 Sayur asem라는 메뉴를 팔고 있으면 한번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처음에는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입만 먹어본다면 어느 순간 냄비 바닥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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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따만 사파리 후기 (+경치좋은 식당 추천)
    세상에 흔적 남기기/인도네시아

    내가 따만 사파리를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동물을 좋아한다.

    2. 저렴하다.

    3. 자신의 자동차를 타고 동물원 안을 누빈다.


    반면에 윌리는 반대했다.

    1. 볼 거 없다.

    2. 너 싱가포르 갈거잖아, 싱가포르 나이트 사파리 가라.


    하지만 싱가폴 나이트 사파리는 좋지 않은 후기가 많았고, 가격이 부담됐다. 그에 비하면 따만 사파리는 매우 저렴한 편! 윌리에게 계속 고집을 부려 따만 사파리를 가기로 했다.


    따만은 바하사(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공원이라는 뜻이고 사파리는 말 그대로 사파리다. 위에서 말했듯이 매력적인 점은 본인의 차를 본인이 운전하며 구경하는 동물원이라는 것. 호기심도 쭉쭉 올라가고, 가고 싶은 마음도 쭉쭉 올라가게 해주는 매력이다. 따만 사파리에 가기 전에는 몰랐는데 가고 나서 보니 놀이기구도 몇 개 있는 작은 놀이공원이 붙어있었다. 




    따만 사파리는 자카르타에서 거리로 따지면 비교적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러나 지독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시간은 배로 걸린다. 실제로 평일 오전에 출발했지만, 도로는 주차장이었다.


    가는 동안에 인형 탈을 쓰고 고속도로에서 먹을 것을 파는 사람들, 우리랑 다른 문화, 특히 기억에 남는 한국어가 쓰여있는 자동차 번호판과 같이 모든 게 새로워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따만 사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동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초식 동물들도 있고, 육식 동물들도 있다. 초식 동물은 바로 앞에까지 오고, 비교적 위험한 동물들은 멀찍이 떨어져 있다. 가까이에서 못 보니 아쉽다.




    호랑이도 있었는데 목줄에 메여 혼자 우두커니 앉아만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까움이 앞섰다. 윌리가 어릴 때 왔을 땐, 악어를 봤던 기억이 있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보지 못 했다. 아마 어딘가 구석에서 자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초식 동물들은 바로 앞에까지 왔다. 호기심에 창문도 열어보고..ㅋㅋㅋ 윌리는 겁쟁이라 엄청 쫄고..ㅋㅋㅋㅋㅋ 결국은 사고 쳤다. 한 사슴과로 추정되는 동물이 침을 흥건하게.. 창문을 적시고 유유히 떠났다.





    동물원이 큰 편은 아니다. 왜 윌리가 반대했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 그 거리를 달려서 왔는데, 차로 몇십분 도니 끝이다.ㅠ_ㅠ


    짧게 돌고 나서 자동차에서 내렸다. 내리니 바로 앞에서 코끼리가 맞이해주었다. 그 옆에는 놀이기구가 몇 개 있다. 3D 체험하는 놀이기구도 있었는데 한국어로 떡하니 '유령의 집'이라고 적혀있었다. 대부분 (내 기준) 어린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였다. 당연한 건가..?


    특이하게 규모에 비교해 많은 수인 3~4개 정도가 공포 테마의 놀이기구였다. 공포 테마를 좋아하는 나는 그중에 하나를 골라 탔다. 완전 유치했던.. 근데.. 윌리가 이상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시끼 쫄아서 못 탄다. 겁나 비웃었더니 오기로 탔다. 윌리가 그때부터 표정이 안 좋다.. 윌리 생에 가장 무서운 날이었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몇 시간을 달려온 게 무색하게 짧은 시간을 타만 사파리에서 보내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간단하게 요깃거리를 하고 올라가기로 했고, 윌리가 강력추천하는 식당에 들렀다.


    우유로 유명한 브랜드인 시모리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높은 곳에 있어 넓은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식당에는 시모리의 각종 간식을 살 수 있는 가게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우유랑 요구르트가 달고 맛있으니 한 번 사서 먹어보면 좋을 듯하다.






    Cimory Mountain View



    소니 액션캠 HRD-AS300R으로 동물 영상 기가 막히게 찍었는데,, 파일이 커서 안 올라간다. 나중에 다시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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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영어(화상영어) 7곳 테스트와 수업 후기
    영어 바보, 바디랭귀지 천재

    나는 영어 공부의 한 방법으로 전화 영어는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전화 영어를 피했던 이유는 이제는 흐릿해졌지만, 과거의 나를 더듬어 이유를 추측해본다.


    가장 큰 이유는 꾸준히 계속 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한국어로 떠드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못 해서 공부하려는 건데, 못하는 영어로 매일 대화라니. 생각만 해도 피곤함이 쏟아져 내린다. 몇 번 전화를 받고 나선 매일 공포의 전화 벨소리를 피할 내가 보인다. 돈은 돈대로 날리고 괜히 스트레스만 느는 거다.


    다음은 바디랭귀지를 할 수 없다는 것. 영어 능력이 없는 대신 다른 언어, 바디랭귀지에 대한 능력을 창조주께서 주셨나 보다. 표현력이 좋다는 건 아니고 수줍음이 없다는 것에 더 가깝다. 그런 내게 손짓, 발짓을 뺀 오직 영어로만 대화를 하라니. 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진다. 게다가 나는 귀가 어둡다. 소리는 들리는데 발음을 못 알아듣는다. 오죽하면 어릴 때 엄마가 심각성을 느끼고 이비인후과에 데려갔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러는데 전화로 들으면 그것도 이방의 언어라면 그 정도는 더 하겠지.


    이외에도 사소한 이유는 많다. 주기적으로 같은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것, 가격도 신경이 쓰이고, 이유는 만들면 만들수록 생긴다.




    그런 내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올해 4월쯤 전화 영어를 하고 싶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화 영어 수업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테스트를 받고 싶었다. 내 영어 실력이 대한민국 평균 값에서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다. 그때는 야심한 새벽이었고 출근까지 5시간 정도 남짓 남았을 시간이었다.


    네이버에 전화 영어를 검색했다. 이왕이면 유명한 전화영어 회사에서의 테스트는 준비하고(?) 받고 싶어서 페이지를 뒤로 넘겨 유명하지 않은 전화 영어 회사부터 신청했다. 신청 기준은 간단했다. 회원가입하지 않아도 될 것, 몇 시간 후의 아침에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곳일 것.


    그날 오전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세 군데에 테스트를 받았다. 두 명에게 전화가 와서 두 번의 테스트를 거치는 곳도 있었고, 미리 수업을 받아보는 형태로 진행하되, 선생님은 레벨을 테스트해서 알려주는 곳도 있었다. 의외로 영어가 매우 잘 들리고, 재미있게 대화도 나눴다. 아마 선생님들이라 배려 영어를 했을지도 모른다. 계속 생각날 정도로 재미있어서 그날 당장 저녁에 또다시 서너 군데 테스트를 신청했다. 이번엔 유명한 곳들이었다.


    7번의 테스트를 거친 결과 느낀 점은 유명한 곳이나 그렇지 않은 곳이나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피드백이나 부가적인 서비스 차이(예를 들면 대화가 끝난 후 파일을 보내주는 것 등)는 꽤 있었다. 그러나 수업의 질의 차이, 자세히 말하자면 테스트 질의 차이겠지만, 그 차이는 크게 없는 듯했다.

    오히려 유명한 곳 중 한 곳은 제일 별로였다. 선생님이 지친 게 느껴졌고, 통화를 하기 싫어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테스트를 받으며 느낀 건 전화 영어를 하고 싶어졌다는 거다. 결과가 흡족하게 나와서 일 수도 있다. 평균이나 그 이하 언저리 어딘가 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어떤 곳에선 최고 레벨을 받기도 하고, 보통은 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대화가 들리고 재미있기까지 한데, 성적도 잘 받으니 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은 거다.




    최종적으로 내가 고른 곳은 점심시간에 테스트를 받은 곳이다. 호주나, 미국, 영국 등 다른 영어권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필리핀 선생님과 통화를 한다면 전화가 아닌 화상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하다. 나의 추천과 권유, 저렴한 가격으로 넘어오셔서 수업을 받고 계신 우리 회사 과장님은 전화로만 하면 답답하다고 하셨다. 화상 영어와 전화 영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사실 나는 화상을 안 켠다.. 선생님만 켜심. 점심시간에 책상에 핸드폰 내려놓고 하는데, 그 각도의 얼굴을 보여드릴 수가 없어..)


    또한 테스트 받으면서도 가장 재밌고 유익했다. 1회 무료 강의로 이루어진 테스트여서 더욱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두 명의 선생님께 테스트를 받았는데 한 분은 금세 친구가 되어 수다를 떨었고, 한 분은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데, 생각 지도 못한 실수를 되짚어서 알려주셨다. 세심하고 전문적이라고 느꼈다. 나를 반하게 한 포인트다.


    여기 매니저님도 한몫을 했다. 한국인 매니저분이신데, 내가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마음이 있다고 가볍게 한 마디 던지자마자 상담 시간으로 바뀌었다. 나는 아직 계약도 하기 전인데 진심으로 상담해 주시는 거에 이런 열정 넘치는 매니저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요즘에도 간간이 공부 자료를 던져주시거나 영어 선생님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응원을 해주시고, 칭찬도 해주신다.




    꾸준히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기우였다. 오히려 재미있어서 기다려진다. 일정 탓에 하루를 건너뛰면 아쉬움이 앞선다. 잘 안 들리지도 않았다. 선생님이 나에게 맞춰주거나 정말 내가 영어가 늘었거나..??(소망..ㅋㅋ) 부가적인 도구가 많은 것도 한 이유다. 스카이프로 진행을 하니 모르는 단어나 이해가 안 가는 이야기가 나오면 선생님이 말을 하면서 채팅으로 쳐주신다. 어쩔 땐, 구글 url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화면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띄운 후 설명을 해주시기도 한다. 한 번은 밤에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Red 선생님이 본인의 슈퍼를 직접 돌며 필리핀의 술을 소개해 주셨다.ㅋㅋㅋㅋ 선생님의 가족들, 이웃들과 인사도 나누었다. 화상이라는 장점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하지만 고민되는 점은 있었다. 다른 곳에 비해 약한 피드백. 지금은 크게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장님도 피드백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고. (참고로 과장님은 전에 다른 회사의 전화 영어 하신 경험이 있으신 분!)


    약 3개월간 수업을 지속해오고 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후회는커녕 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일생에 큰 기회를 잡기도 했다. 다음에 자세한 수업내용이나 방법, 앞서 말한 기회에 대해 포스팅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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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첫날, 셀프여행가이드북에 일기 쓰기
    세상에 흔적 남기기/인도네시아

    윌리네 도착해서 늦은 시간에 잠에서 깨신 윌리의 부모님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내가 묶을 방을 소개받았다. 몹시 높은 천장에, 더운 나라답게 벽과 바닥이 타일로 이루어진 방이었다. 원래는 윌리 동생의 방이지만 나를 위해 양보하고 본인은 2층에 있는 윌리의 방으로 갔다.


    씻고 나니 내 시간이 생겨 에어컨을 켜고 면세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하나 둘 뜯기 시작했다.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기다리다가 환장할 것 같았던.. 그런 물건들인데 여행의 설렘에 뒤로 밀려 뜯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일을 위해 짐 정리를 해두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뜯었다.


    가장 고대했던 소니 액션캠 HDR-AS300R은 내일 가게 될 따만사파리에서 빛을 바라길 바라며 충전을 해두었다.




    나는 여행 갈 때마다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어간다. 흔히 셀프여행가이드북이라고 부른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첫 여행을 갈 때만 해도 셀프여행가이드북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해서 만들었고, 집에서 출력한 후, 목공 풀과 바늘, 무거운 책을 이용하여 직접 제본해서 가져갔다. 


    요즘은 소량으로 인쇄, 제본을 해주는 인터넷 업체가 생겼다. 또 어떤 다른 업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오디넷이 유명하다. 그래서 이번엔 피피티로 만들고 제본은 피오디넷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어느 한 네이버 블로그에서 2~3일 전에 신청했다는 글을 보았고, 나는 주말을 포함한 5일 전에 신청했다. 그러나 웬걸. 막상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일주일 전에 맡겨야 한다는 거다.


    부랴부랴 새벽에 새벽에 신청을 했다. 다음날 피오디넷에서 전화가 왔다.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 주말에 오프라인 업체에 맡길 계획으로 결국 포기를 했다. 더 비쌀 거라 생각은 했지만 피오디넷에서는 7,000원의 견적이 나왔으니 배로 비싸도 어쩔 수 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막상 알아보니 대부분 너무 비싸고, 킨코스에서는 거의 10만 원이 나온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쩔 수 없이 인도네시아 카우치서핑 호스트인 윌리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윌리는 흔쾌히 자신이 자카르타에서 인쇄와 제본을 맡기겠다고 했고, 그렇게 난 윌리의 차에서 어렵사리 나의 여행 가이드북을 만났다.


    나중에 내가 셀프가이드북을 만들어 가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지만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사실 '여행 가이드북'이라기보다는 '여행 수첩, 여행 공책, 여행 일기장'에 가깝다. 여행기록장인 것. 대부분의 페이지가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그날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위한 페이지다.



    침대에 엎드려 누워 여행공책의 가장 첫 번째 페이지를 펼쳤다. 여행에서의 첫날의 기분을 적는 부분. 여행을 준비하던 내가 여행 첫날의 내게 물어보는 6가지의 질문이 담겨있다. 나머지 7번째 질문은 첫날의 내가 첫날의 나에게 할 질문을 위해 남겨두었다.





    Q.   현재하고 있는 것/현재의 기분

    A.     9/28 1:46AM 윌리네 집

    첫 여행의 기분과 다름. 비행기가 익숙함;;

    한두 살이라도 어릴 때 배낭여행 혼자 간 내가 자랑스럽고 고맙당


    Q.    가장 기대되는 것?

    A.     기대... 보다는 족자에 비소식이 있어. 일몰+일출 봐야 하는데 말이야.

     아! 가장 기대되는 것은 브로모 화산의 별들!


    Q.    먹고 싶은 것

    A.    아까 윌리랑 매운 소스 먹었는데 왕 맛있! 그거 많이 먹고파


    Q.    여행 마지막 날 기분 예상

    A.    짧겠지..? 처음 말레이에서의 홍콩 떠날 때 느낌은 안 날 것 같다.


    Q.    마지막 날 나에게 묻고 싶은 것

    A.    다른 사람들이 여행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곤 다시 몇 장을 넘겨 첫 번째 날의 일기를 써 내려갔다.





    내일은 따만 사파리를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한다. 자카르타는 차가 심하게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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